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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보팀 조회수 948 작성일 2024-05-01 오전 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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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결과의 함의(含意)와 국회의 정상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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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선거결과의 함의(含意)와 국회의 정상화 비전

김 용 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법학박사


국회의원 선거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제도이다. 국회의원은 국가공무원법상 선거에 의하여 취임하는 정무직 공무원이다. 국회의원은 특정 정당의 소속을 넘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핵심적 기능은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며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지난 410일의 총선 결과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반면에 여권은 108석을 차지하였다. 비록 야권에 190석이 넘는 의원을 확보하여 당선시켰으나, 200석을 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현재의 국회의석의 분포나 정치지형에 큰 차이가 없다. 정의당이 몰락한 자리에 조국개혁신당의 돌풍과 소수정당이 각각 1-2석의 의석수를 확보한 것이 달라진 것 뿐이다. 이번 선거를 통하여 여당의 의석수는 104석에서 108석으로 4석이 증가하여 개헌저지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21대 선거에서 당선자가 180석에서 이번 선거 걸과 175석으로 5석이 줄어든 성적을 거두었다. 전국 총투표수 중 더불어민주당은 50.5%를 득표한데 반해 국민의 힘은 45.1%5.4%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소선거구제로 인해 지역구에서 71석이나 차이가 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여야 간의 의석수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당지지율의 분포처럼 전체 유권자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국민이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투표를 하였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이를 두고 주요 언론에서 이번 선거결과를 야당 압승, 여당 참패라고 평가한다. 이는 틀린 평가도 아니지만 맞는 평가도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여야 의석 분포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는 현상유지(status quo)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실패의 늪에서 벗어나 바둑을 두고 난 후에 복기(復棋)하듯이, 이번에 나타난 선거결과를 토대로 지지세력이 떠나간 민심의 향배를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운영이나 선거전략과 공천문제 등 패인(敗因)을 철저히 분석하여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결과의 함의(含意)라고 할 수 있는 표심으로 보여준 국민의 집단적 의사는 무엇일까. 우선 국민이 과거 제왕적 대통령제의 국정운영의 병폐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을 통해 의회와 행정부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안정적 과반의석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국리민복을 위하여 정부여당과 야권 간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의 방식으로 국정에 임하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정부여당이 협치하더라도 법치국가의 정체성과 외교안보정책의 국정기조의 근간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있다. 선거결과에 나타난 민심은 야당 대표의 사법적 리스크와 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을 공정한 제3의 권력인 사법부판단에 맡겨 두고,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을 떠나 민생을 위하여 상호 협력하고 소통하라는 의미이다. 만약 야당이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위헌적이거나 독소조항이 포함된 법률안을 일방 강행통과시켜 정부에 이송하게 된다면 대통령은 헌법수호자로서 헌법상 재의요구권인 거부권(veto power)을 적정히 행사하여 악법이 통과되는 것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여야 한다.

22대 국회의 정상화 비전은 좋은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부와의 적절한 거리에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며, 스스로 갈등과 극한 대립의 장을 벗어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법조인은 60명으로 역대 최다 규모이다. 율사(律士) 출신 국회의원의 시대적 사명은 이념과 진영을 넘어 국가체 발전과 국회의 정상화를 위한 가교(架橋)역할에 있다. 22대 국회 회기 중에 야당이 일방적 개헌추진을 시도할 수 있으나, 대통령제 정부형태의 변경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개헌은 득보다 실이 많다. 개헌논의에 있어 통일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헌법 제3(영토조항)과 헌법 제4(평화통일조항)과 함께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헌법 제119(경제조항)의 개정과 국가체의 불가분성을 전제하지 않는 지방분권 지향조항의 신설 등에 대하여는 신중한 접근이 요망된다. 이에 더하여 제22대 국회의 정상화를 위한 비전으로 다음 4가지 사항을 추가적으로 제시하기로 한다.

첫째로,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국내적 양극화 상황에서 협치를 통해 민생개혁 입법에 속도감있게 대응해야 한다. 저출산과 인구소멸 대책, 인공지능(AI)과 미래 산업육성, 기후위기 대응책 등 선거공약이 일치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시대정신(Zeitgeist)에 부합하는 국가적 입법과제는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대승적으로 협력하는 생산적 국회로 변모하여야 한다.

둘째로, 국회의원의 윤리성 강화가 필요하다. 국회법상 징계 중에 30(또는 90) 이내의 출석정지와 제명 사이에 새로운 징계유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특권내려놓기와 관련하여, 거대 양당이 이미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의 포기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이에 관한 헌법개정이 없더라도 국민에게 한 약속대로 실천에 옮기면 되는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먼저 내려놓고, 공정한 선거제도와 정치적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개혁에 착수하여야 한다.

셋째로, 의원입법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여야 한다. 국회의원이 회기말로 폐기된 법률안을 원문 그대로 표절하여 발의하지 못하도록 제도개선을 하여야 한다. 국회의원의 공천 심사에 있어서 발의 건수를 중심으로 하는 정량적 평가에서 벗어나 정성적 평가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의원입법의 폭주와 남발을 막기위해 새로운 법률안 제정이나 전부개정 시에 국회의원 최소 10인의 찬성 발의 의원수를 늘리고, 다른 정당 소속 의원이 발의자에 포함되도록 제도개선이 요망된다.

넷째로, 대형사건이 발생한 경우 정부부처의 실무가 및 학계 등 전문가그룹이 참여하는 태스크 포스(TF)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입법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마다 포퓰리즘에 편승하여 입법데이터와 근거자료가 부실한 실적위주의 베끼기식 입법안의 발의는 지양될 필요가 있다. 좋은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사전적 입법영향분석의 도입과 함께 국가사회적으로 중요한 정책을 법제화할 경우 일본에서의 검토(見直)조항이나 독일에서의 평가(Evaluation)조항과 같이 법률의 부칙에 두어 일정기간 경과 후 제도의 존치 여부를 점검하는 사후적인 입법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

22대 국회의 개원을 앞두고 있다. 민생을 위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협력적 상생정치가 요망된다. 21대 국회와 같이 의회가 여야 간의 극단적 대립으로 치달아 정치가 혐오와 갈등의 원천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국회에서 야당이 다수의석을 빌미로 입법독주할 경우 부실한 입법이 양산되어 국민에게 그 폐해가 초래될 수 있다. 22대 국회는 의회민주주의가 실종된 채 파행으로 얼룩진 제21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고 협치국회의 바람직한 국회상(國會像)이 구현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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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21 호 | 발행일 2024년 05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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