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다사다난했던 을사년(乙巳年)이 저물고, 희망찬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밝았습니다. 병오년 한 해도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평안, 그리고 행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법조계는 굵직한 사법제도 개편과 정치적·사회적 이슈가 연이어 이어지며, 어느 해보다 굴곡 깊고 숨 가쁜 변화의 시기를 지나왔습니다. 2025년 봄, 대통령 탄핵과 신정부 출범이라는 짧은 기간의 급격한 정권 교체 속에서 정치와 사법을 둘러싼 갈등이 한국 사회 전반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검찰청 78년의 역사가 막을 내리고,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추진되는 한편, 대법관 증원·법관평가제 도입·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등 사법개혁도 법조계의 핵심 화두로 자리 잡으며 본격적인 논의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지난 한 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사법제도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힘써왔습니다. 대한변협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도입을 위해 국회와 법무부 등 관계기관과 쉼 없이 소통해 왔습니다. 수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 끝에 비밀유지권을 명문화하는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며, 마침내 제도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섰습니다. 이와 함께 현행 소송구조의 문제로 지적되는 증거 편중과 정보 비대칭, 재판 지연을 해소하기 위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위해 자체적인 연구와 정책 제안을 지속해 왔습니다. 관련 법안 성안과 발의, 그리고 입법 실현을 위해 현장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또한 대한변협은 지난 10년간 법관평가 결과를 취합해 법원행정처에 전달하고, 「법관평가 사례집」을 발간하는 등, 변호사 평가가 법관 인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이러한 오랜 노력 끝에, 지난해 법관평가제도의 입법화가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로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이어 법관평가제도를 명문화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뜻깊은 결실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대한변협은 앞으로도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사법의 독립성과 절차적 정의가 온전히 지켜질 수 있도록 법조인의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2026년 핵심 과제로서 그간 추진해 온 비밀유지권과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반드시 완성해 나가겠습니다. 이와 아울러 우리 사법제도가 국민에게 보다 개방적이고 책임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전면 도입에 힘쓰겠습니다. 다수의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집단적 분쟁 해결 절차를 확대하고, 위법행위에 상응하는 실효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에 앞장서겠습니다. 그뿐 아니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 △주식회사에서의 준법지원인 실질화 △IPO 법률실사제도 도입 △형사 성공보수 부활 △변호사 보수 현실화 △법조인수급의 전면 재검토 △변호사들의 심리 회복을 위한 마음치유센터 설립 등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변화의 시기일수록 법은 더욱 공정하고 엄정해야 합니다. 대한변협은 우리나라 유일의 법정 변호사단체로서 사회적 책임을 깊이 새기며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 나가겠습니다.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원칙과 양심에 따라 목소리를 내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제도를 지켜내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이 지닌 진취의 기상과 도약의 에너지를 받아서,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 건강과 평안, 그리고 희망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제53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김정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