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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과 조회수 4514 작성일 2016-03-06 오후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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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직업인 이전에 지식인, 사회적 책무 다해야 / 강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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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직업인 이전에 지식인, 사회적 책무 다해야 / 강신업 변호사, 대한변협 공보이사


언제부턴가 우리 변호사들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나약하고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저 생계유지를 위한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혹은 축 늘어진 채
꿈틀거림도 없이 간신히 숨만 깔딱거리고 있거나 또 혹은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갖가지 비행을
저지르며 스스로 타락해 가고 있다.

변호사의 무기력과 타락은 어디에서 오는가? 자부심의 상실에서 온다. 변호사의 역할과 사명을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호구지책만을 찾는데서 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어진 상황이라는
동굴에 갇혀 햇빛이 비치는 동굴 바깥세상을 보지 못하는 데서 온다.

변호사는 직업인이기 이전에 지식인이다. 변호사의 지식은 인간의 권리와 법 앞의 평등, 세계
시민권과 지상의 평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 해방을 위한 도구로 쓰여야 한다. 변호사가
변호사답게 사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며 사람과 사회를 위해
사는 것이다.

굳이 칸트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인식에서나 행위에서나 처음부터 끝까지 능동적 존재다.
인간이 능동적 존재라고 하는 것은 이성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존재라는 데서 출발한다. 칸트는
이성비판이라는 개념을 통해 우주 속의 아주 작은 입자에 불과한 인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능동
적인 존재로 규정했다. 인간은 그 자신이 근원적으로 그의 표상과 개념의 창조자이며, 그의
모든 행위의 창시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적 의미에서는 하나의 인간존재이고 사회적으로는
인권옹호와 정의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은 당연히 주체적 비판의식을
발동시켜 이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와 법조계를 변화시키는 행위의 창시자로 나서야 한다.
직업인으로서의 우리 변호사들의 삶은 과거에 비해 나빠졌고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다. 그러나
지식인으로의 삶은 어쩌면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선 송무라는 한정된
울타리 머물러 있던 변호사들이 학계와 공직, 그리고 기업에 자리를 잡고 여러 분야에서 전문적
역량을 발휘하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사회 곳곳에 진출하여 법의정신 구현과 법률문화
창달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우리 공동체의 수준을 한 층 끌어 올릴 수 있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다만 그 역할의 감당은 변호사들이 주어진 상황을 능동적으로 개선하고 개혁하려는 의지의
발현체가 될 때 가능하다. 그저 현실에 머물며 굴러가는 세상을 한탄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
지지 않는다. 변호사로 살기로 한 이상 변호사답게 사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변호사가 변호사답게 사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법률전문가로서 우리의 공동체와 구성원들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것이다. 우리 사회를 보다 행복한 공동체로 만드는 길을
가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사물과 행동에는 그 목적이 있으며, 각 행동에서 목적이란
그 행동이 추구하는 선이며, 모든 행동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 내지 최고선은 ‘행복’이라고 말한다.
변호사가 존재하고 행동하는 목적, 변호사로 사는 목적 역시 결국 최고선인 행복을 얻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라면, 변호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편협한 법해석이나 배타적 편견을 버리고 보다
높고 순수한 목적을 위해 살아야 한다.

변호사가 변호사답게 사는 또 하나의 방법은 정의를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우리 개개인과 우리
공동체를 좀 더 정의롭게 하는 일에 자신을 바치는 것이다. 특히 정의 중에서도 변호사가 염두
해 두어야 할 정의는 존 롤스의 ‘차등 원칙’이다. 존 롤스는 실력에 따른 성과의 독점에는 우연적인
요소가 개입하기 때문에 개인이 이룩한 성취나 업적은 개인만의 자산이 아닌 공동의 자산이라고
말한다. 사법시험을 합격했든, 로스쿨을 졸업했든, 우리들이 법조인이 되어 누리는 성취나 업적은
우리의 실력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실력 못지않게 다른 우연적인 요소들이 들어있고,
때문에 우리는 재능을 통한 방법만으로는 행운을 얻지 못하는 사람을 도와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우리는 단지 서로 타고 난 동굴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는 혜택을 받고 또 누구는
그럴 수 없는 세상을 그대로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제거하는 방법은 기회의
평등을 부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운을 타고 나지 못한 사람들도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변호사 개인이 각자의 지성을 발휘할 때, 그리하여 다시 변호사들의 집단지성이 발휘될 때
변호사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정의가 오롯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봄이다. 변호사들이
기지개를 펴고 일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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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6 호 | 발행일 2016년 03월 01일
2015년 헌법 중요 판례 / 윤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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