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 학술지 중에는 특정 분야만 다루는 저널이 있는가 하면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저널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발간하는 ?인권과 정의?는 후자(後者)의 대표적인 학술지이다. 법학의 모든 분야를 다루는 학술지는 각 법분야(法分野)의 경향을 두루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특정 법분야를 천착하려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특집을 통해 특정 법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인권과 정의? 11월호에서는 조세법 특집을 마련하여 조세법총론, 법인세, 상속세 및 증여세에서 국제조세에 이르기까지 거의 조세법 전 분야에 걸쳐 중요한 주제들을 엄선하여 다루었다. 학계와 실무계에서 활약하는 조세법 전문가들에게 논문작성을 의뢰하여 심사를 거쳤음을 밝혀둔다. 이 지면을 빌려 옥고를 투고해주신 필자들에게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이번 특집호에 게재되는 5편의 조세법 논문에 대한 핵심논지와 의의를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관련 세제 개선방안”은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한도에 대한 찬반론의 대립이 치열한 가운데 최근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에 있는 공익법인의 경우에도 15%까지는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상증세법도 이에 맞추어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한도를 적어도 15%까지 상향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였다. 의결권의 제한 등 공익법인을 기업의 우회적인 지배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면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 있는 제안으로 보인다.

“주식의 현물배당에 의한 배당형 인적분할세제의 도입방안”은 2011년 상법 개정으로 현물배당이 허용됨에 따라 물적분할 또는 현물출자에 의해 설립된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하는 방법으로 인적분할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음에도 이러한 거래가 거의 행해지지 않는 점에 주목하여 그 대안으로 배당형 인적분할세제의 도입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선행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논의를 이끌 수 있는 선구적 연구로 평가할 수 있다.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의 법적 검토와 개선방안”은 납세자가 비주거용 부동산을 상속 또는 증여받은 후 신고한 기준시가가 시가를 반영하지 못하므로 국세청이 감정평가를 의뢰하여 감정가액으로 세금을 추징하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국세청의 감정평가사업의 법적 문제와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실무상 국세청의 감정가액을 기준으로 이루어진 과세처분의 위법성이 다투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법인 판단 기준 및 혼성단체(hybrid entity) 과세의 개선 과제”는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의 판단에 관한 2013년 사법적 성질설의 채택, 2018년과 2019년 권리의무주체 기준의 폐지와 법인세법 제93조의2(국외투자기구에 대한 실질귀속자 특례)의 입법, 2022년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34조의2(국외투과단체에 귀속되는 소득에 관한 과세특례)의 입법 등의 법령 개정내용 및 관련 판례의 경향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정책과제를 제시하였다. 혼성단체, 역혼성단체 등의 조세조약 적용은 국제조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주제에 속하는데, 관련 내용을 잘 정리하여 후속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세쟁송절차에서의 조정 및 화해제도 도입방안”은 민사조정법상의 조정, 민사소송법상의 화해제도는 물론이고, 공법상 분쟁을 다루는 행정심판법에서도 조정제도를 법제화하였으며, 형사절차에서도 형사조정이 시행되고 있고, 미국, 영국, 독일 등 해외 주요국의 입법례 역시 조세쟁송에서 대체적 분쟁해결제도를 폭넓게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국세기본법 및 행정소송법의 개정을 통해 전심절차에서의 조정 및 소송절차에서의 화해권고제도의 도입을 제안하였다. 행정소송법상 조정제도 또는 화해제도가 입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편법으로 운영되는 조정권고제도(사실상의 조정)의 법제화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