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을 출범하면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부는 당시 법조일원화를 전제로 변호사 배출 수를 늘리는 대신 변호사 업무와 중첩되는 인접 자격사를 단계적으로 감축, 통폐합하겠다고 약속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그 약속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정부의 방치로 인하여 인접 자격사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고, 변호사 업계의 수용 한도를 크게 상회하는 신규 변호사가 매해 배출됐다.
통계와 지표를 고려하면 변호사 업계는 이미 포화상태다. 우리나라와 법조 체계가 가장 유사한 일본과 비교하면, 인구수 대비 변호사 수는 약 2배, 신규 변호사 배출수는 약 3배 수준이고, 인구당 인접 자격사 수는 무려 약 6배에 달한다.
법무부는 매년 9월경 변호사시험 실시계획을 공시하고, 이듬해 합격자 발표 당일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합격자 수를 결정한다. 대략적인 합격자 수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대동소이한 복수의 안 중 하나가 다수결로 결정된다. 객관적인 통계지표와 현실이 외면된 채 매번 변호사 업계와 무관한 다수 위원의 이해관계에 따라 신규 변호사 배출 수가 결정되어왔다.
변호사법 제1조에 따르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 대부분은 그 사명을 충실하게 지켜왔으나, 변호사 과잉 공급에 따른 수임 경쟁이 과도해지면서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와 사법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는 정부 당국에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대폭 감축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나라 인구수, 인구감소 추이, 해외 법조 인접 자격사 제도 유무 및 수급 관련 통계와 지표, 변호사 업계의 현재 상황을 반영하여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객관적으로 산정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현재 연간 적정 변호사 배출수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1,200명 남짓이다.
아울러 정부는 현행 심의 절차를 획기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올해 변호사시험 실시계획 공고 시부터 2026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공시 후 논의 과정에서 일선 변호사의 현실적인 의견이 제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맹자는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이라 했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정부는 포화상태로 인해 변호사가 변호사법에 정한 사명조차 지키기 버거워하는 작금의 세태를 외면해선 안 된다. 특히 법률 서비스 품질 하락, 이로 인한 국민의 재산적 피해, 과도한 수임 경쟁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수 정상화에 힘써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의 품위를 보전하고, 법률사무의 개선과 발전, 법률문화의 창달을 도모하기 위해 존재한다. 변호사 수 정상화는 이러한 존재 목적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근간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무부가 변호사 업계가 겪고 있는 심각한 현 상황과 속출되고 있는 국민의 피해를 엄중하게 인식하여 올해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1,200명 이하로 대폭 감축할 것을 재차 강력하게 촉구한다. 2025. 4. 10.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김 정 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