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지난 29일, 모든 변리사의 단일 변리사회 의무가입을 규정한 변리사법 제11조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다(헌재 2026. 4. 29. 2020헌바21·56 병합).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는 변리사 업계의 특수한 이원적 자격체계와 그로 인한 구조적 갈등을 직시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크게 환영한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은 국민에게 보다 나은 지식재산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아가 모든 변리사에 대한 단일단체 가입 강제가 변호사인 변리사의 결사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여 왔음을 확인한 것으로, 변리사 제도의 현실적 문제를 헌법적 관점에서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변리사법은 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변리사 자격 요건으로 ‘변리사시험에 합격한 자’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를 함께 규정하여 왔다. 이는 변리사 제도가 본질적으로 이원적 자격체계를 전제로 운영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변리사법 제11조는 이러한 특수성을 외면한 채 모든 변리사에 대하여 단일 변리사회 가입을 일률적으로 강제하였다. 특히 대한변리사회가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취득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등 비변호사인 변리사의 이해에 편중된 활동을 지속해 온 상황에서, 변호사인 변리사에게까지 대한변리사회 가입을 강제하는 것은 변호사인 변리사의 결사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통해, 변리사법이 변호사에게 변리사의 자격을 인정해 왔음에도 현실의 이해관계 충돌을 외면한 채 모든 변리사를 단일 변리사회에 강제로 편입시켜 온 제도적 문제점을 헌법적 관점에서 짚어냈다. 이번 결정에서 9인의 재판관 중 무려 7인이 심판대상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였다. 특히 재판관 3인은 어떠한 전문자격사 제도라도 단일 법정단체에만 의무가입을 강제하고 복수 단체의 출현을 막는 것은 원칙적으로 결사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명시하였다. 나머지 4인은 변리사업계 특유의 직역 갈등 구조 아래에서 양측을 단일 변리사회에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변호사인 변리사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으며, 즉시 효력 상실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혼란 등을 고려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택하였을 뿐이다. 결국 이번 결정은 실질적으로 7인이 위헌을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명시한 2027. 10. 31.의 입법 개선 시한을 준수하여 신속히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야 한다. 이번 결정은 변호사인 변리사의 독자적 의사와 직역상 이해관계가 더 이상 단일단체 체계 안에서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그간 변리사법 제11조의 위헌소원을 제기하고 동 조항이 변호사인 변리사의 결사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이번 결정을 통해 변호사인 변리사의 기본권 침해를 시정할 제도적 전환점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2027. 10. 31.을 입법 개선 시한으로 명시한 만큼, 위 기한 내에 실효성 있는 후속 입법이 지체 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입법 방향은 현행 단일 변리사회 체계를 형식적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복수의 변리사 단체 설립을 허용하는 등 실질적 제도 개선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지적하였듯이, 단일한 변리사 단체의 독점적 지위는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출을 위축시키고 소수의견을 매몰시킬 우려가 있다. 반면, 복수 단체 설립 허용은 변호사인 변리사의 결사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변호사인 변리사의 법률 전문성과 실무 경험이 지식재산권 법률서비스 영역에 반영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제도 개선은 국민에게 보다 수준 높은 지식재산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 전환점이다. 주요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특허 실무자 70% 이상이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특허변호사로, 출원부터 소송까지 동일 인력이 통합 수행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은 변리사와 변호사의 역할이 분리된 이원 구조로 인해, 특허 출원·심판을 담당한 변리사가 이후 소송 단계에서 직접 대리할 수 없어 의뢰인이 별도의 소송 대리인을 선임해야 하는 불편과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이공계 학위를 보유하거나 기술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지식재산 전문 변호사가 수천 명 이상 배출되어 있다. 나아가 2026년 기준 전체 등록 변리사 약 11,303명 중, 변호사 자격을 보유하고 변리사로 등록된 인원은 약 5,975명에 달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이미 출원부터 심판·소송까지 전 과정을 통합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 기반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복수 변리사 단체 허용을 통해 이들이 변리사 자격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출원부터 심판·소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전문가가 통합 수행할 수 있게 되어 국민의 편익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번 결정이 실질적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변호사인 변리사의 권익과 국민 권익을 함께 실현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다.
2026. 4. 30.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김 정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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