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지난 23일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발표하였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는 이번 제15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새롭게 법조인의 길에 들어선 합격자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와 환영의 뜻을 전한다. 아울러 긴 시간에 걸친 치열한 수험생활을 마무리한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1,714명이다. 3,364명이 응시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한 상황에서 합격자 수가 전년(1,744명) 대비 30명 감축되었다. 응시자가 전년도 대비 증가하였음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합격자 감축이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협회의 지속적인 감축 요구에 따라, 2020년도 이후 1,700명대 상단에서 고착화되어 있던 합격자 규모가 하향 추세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조정 수준은 협회가 현 법조시장의 극심한 포화 상태를 반영하여 제시한 현실적 제안 수준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4월 초 발표된 한국정책학회의 연구(연구 책임자: 경희대 김종호·남재영 교수)를 통해 도출된 지표를 바탕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즉각 1,500명 이하로 조정하지 않을 경우 법조시장의 구조적 붕괴를 피할 수 없음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또한 변호사 중위소득이 연 3,000만 원으로 일반 임금근로자 평균 소득인 연 4,500만 원에도 현저히 못 미치고, 일반 사건을 기준으로 월 평균 수임건수가 1건조차 되지 못하는 등 법조시장 현실의 심각성도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에는 이러한 분석과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
나아가 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미 5,000명 이상의 변호사가 과잉 공급된 상태이며, 여기에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AI 확산 등 구조적인 수요 감소 요인들도 본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법률 분야에서의 AI 도입으로 인하여 전문가들은 불과 4년 후인 2030년에는 변호사 직무의 80%까지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외면한 채 기존의 관성에 따라 합격자 수를 결정한 것은 정책적 판단의 중대한 오류이다.
또한 최근 한국품질경영학회가 대한변호사협회에 제시한 ‘AI 시대의 한국형 법조인력 수급 모델 연구’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법조인력의 공급 확대는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법률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하여 국민 피해로 귀결될 수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외면한 채 기존의 공급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법률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
한편 올해도 합격자 수가 시험 시행 이전이 아니라, 합격자 발표 당일 관리위원회 회의에서 2시간 반 만에 결정되었다. 이는 국가 전문자격시험 운영 방식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밀실 결정’ 관행이다. 또한 관리위원회 위원 15명 중 법학교수는 5명인 반면, 실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변호사는 3명에 불과하다. 그 결과 가장 공정해야 할 변호사시험의 예측 가능성과 절차적 투명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국민의 신뢰 또한 저해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1,700명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어 온 현실을 고려할 때, 신규 변호사 배출 이후의 실무수습 및 연수 체계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설계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와 같이 시장이 수용하지 못하는 규모의 인력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상황에서, 변협 연수를 통해 이를 떠받쳐 온 구조는 청년 변호사들이 연수 종료 이후에도 취업 기회를 확보하지 못한 채 강제 개업에 내몰리는 현실을 고착화하는 동시에, 변협 연수가 시장의 수용을 대체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상의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협 연수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정당성에 대하여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및 합격자 수 결정 주체인 법무부는 합격자들이 법정 연수기간을 충족하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법무부는 차회 시험 개최에 앞서 내년도 실무수습 및 연수 제도에 대해 사전에 공지하고, 차회 합격자 발표 전까지 충분한 실무수습처를 확보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할 것이다.
나아가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조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 당국에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1. 내년도 합격자 수를 1,500명 이하로 감축하고, 객관적 통계와 수요 예측에 기초한 합리적 산정 기준을 확립하라.
2.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시험 시행 이전 단계에서 공표하여, 국가 전문자격시험 운영의 예측 가능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라.
3. 생산연령인구 감소, AI 확산 등 최근 본격화된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중장기적인 수급 관리 정책을 수립하라.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의 현실화가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며, 향후 합격자 수의 합리적 조정과 적정 규모로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6. 4. 24.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김 정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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