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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보팀 조회수 342 작성일 2026-05-04 오후 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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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에 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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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에 관한 단상(斷想)

성 중 탁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뼈대로 하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2026년 3월 12일 정식으로 공포되었다.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을 비롯해 확정된 법원의 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고, 고의로 법을 왜곡해 적용한 판·검사 등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가 2028년부터 3년에 걸쳐 매년 4명씩 26명까지 늘어나는 등 우리나라의 사법체계가 큰 변화를 맞았다. 제헌 헌법에 따라 사법부가 설치된 1948년을 기준으로는 약 80년, 1987년 개헌 이후 현행 헌법 체계에서는 약 40년간 유지되어 온 사법 기능의 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진 것이다. 사법권은 입법권, 행정권과 함께 헌법상 독립된 국가권력으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핵심적 국가기능이다. 따라서 사법권 행사는 정치권력이나 행정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독립되어야 하며, 이는 근대 이후 모든 헌법국가에서 확립된 헌법상의 일반원칙이다. 최근 통과된 ‘법왜곡죄’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법왜곡죄란 형사사건에서 판사나 검사, 경찰 등이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법률을 왜곡하여 특정 당사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정을 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범죄를 의미한다. 이러한 제도는 사법권 남용을 방지하고 사법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주장된다. 그러나 법왜곡죄는 수사권을 비롯한 사법권의 독립과 재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헌법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법관의 법률해석과 판단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묻는 구조는 헌법상 사법독립 원칙, 죄형법정주의, 권력분립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벤치마킹한 독일형법은 법왜곡죄(Rechtsbeugung)를 규정하고 있으나, 독일의 법체계와 사법제도는 우리와 구조적으로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독일 제도를 단순히 모방하여 법왜곡죄를 도입하거나 확대 적용하는 것은 헌법적 위험성이 있다. 이에 법왜곡죄 도입 논란을 살피면서 앞으로의 방향성까지 검토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먼저, 법왜곡죄 도입 긍정론은 다음과 같다. ① 실질적 법치주의의 구현이다. 법치주의는 단순히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을 넘어, 그 법 집행이 공정하고 정의로울 것을 요구한다. 판사와 검사가 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법리를 고의로 왜곡하여 부당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이다. 법왜곡죄는 이러한 반법치적 행위에 형사적 책임을 물음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완성하는 장치가 된다. ② 직권남용죄의 구조적 한계 극복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직권남용죄는 ‘일반적 직무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판사의 판결이나 검사의 기소 여부 결정은 고도의 재량 영역으로 간주되어, 명백한 불법이 개입되지 않는 한 직권남용으로 처벌하기가 어렵다. 법왜곡죄는 ‘권리행사 방해’라는 결과 중심이 아니라, ‘법을 왜곡했다’는 행위 자체의 불법성에 주목하므로 처벌의 실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③ 사법 불신 해소와 전관예우 근절이다. 한국 사법 시스템의 고질적 병폐인 전관예우는 대개 법리의 자의적 해석을 통해 나타난다. 특정 변호사와의 유착으로 인해 다른 유사 사건과 현격히 다른 판결이나 불기소 처분이 내려질 경우, 이를 법왜곡죄로 다스릴 수 있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강력한 계기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법왜곡죄 도입 비판론은 다음과 같다. ① 사법부 독립 침해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만약 판결 내용이 사후에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법관은 상급심의 눈치나 수사기관의 압박, 혹은 자극적인 여론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사법부 본연의 기능을 마비시킬 위험이 있다. ② 개념의 추상성과 헌법상 명확성 원칙 위반이다. ‘왜곡’이라는 용어 자체가 지극히 가치함축적이다. 법 해석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학설 간의 대립이 치열한 영역이다. 어떠한 해석이 ‘정당한 해석’이고 어떠한 것이 ‘왜곡’인지를 판단하는 주체가 결국 또 다른 수사기관(검찰이나 공수처)이라는 점은, 수사기관이 사법부 위에 군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③ 정치적 남용과 보복 수사의 가속화 논란이다. 진영 논리가 극심한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법왜곡죄는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법률적 무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정권 교체 시마다 전임 정권에서 이루어진 주요 기소나 판결을 ‘법왜곡’으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한다면, 사법 시스템은 끝없는 보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참고로, 비교법적인 검토를 보면, 먼저 독일의 경우, 독일은 법왜곡죄를 가장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국가로 독일 형법은 “법률 사건의 지휘 또는 결정에 있어 법을 왜곡하여 타방 당사자를 유리 또는 불리하게 한 판사, 공무원 등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이 죄의 성립을 매우 좁게 해석하여, 단순히 법을 잘못 적용한 수준이 아니라, ‘법과 정의로부터 중대하게 이탈하여 법질서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본다. 즉, 법치주의에 대한 ‘매우 중대한 위반’이 있을 때만 처벌함으로써 사법 독립을 직간접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독일에서는 법왜곡죄가 존재하지만 실제 적용 사례는 많지 않다. 결국 독일에서도 법왜곡죄는 최후의 상징적 수단(ultima ratio)으로 이해된다. 그 밖에도 오스트리아 형법 제302조는 직권남용죄 내에 법왜곡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명시적인 법왜곡죄는 없으나 ‘정의 거부’나 ‘법관의 중대한 과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미국을 비롯한 영미법계 국가들은 법관의 재판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사법독립과 권력분립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선택으로 이해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법관의 재판행위에 대해 매우 강력한 사법면책 원칙이 인정되는데, 대표적인 판례가 ‘Stump v. Sparkman(1978)’사건이다. 이 판례에서 미연방대법원은 “법관의 재판행위는 설령 중대한 법률오류가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민사책임이나 형사책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독일 등이 법왜곡죄를 유지하는 이유는 사법부의 권한이 큰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엄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사회적 합의과정이나 숙의과정이 거의 생략된 채 지나치게 빨리 만들어진 측면은 아쉽다. 또한, 독일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판례를 통해 성립 요건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 점도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끝으로, 기왕에 도입된 법왜곡죄가 사법 개혁의 진정한 도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보완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① 성립 요건의 엄격화(중대성 원칙)이다. 단순 오판이나 견해의 차이는 물론 고의가 아닌 한 중대한 오류도 처벌 대상에서 명확히 제외해야 한다. “법의 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한 왜곡”이 있는 경우로 한정해야 헌법상 명확성원칙에 부합한다. ② 주관적 의도(특수목적)의 입증문제이다. 단순 고의를 넘어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이익을 줄 목적’이 객관적 자료에 의해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정책적 판단이나 학문적 소신에 따른 판결이 처벌받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 ③ 기소 전 자문위원회 설치이다. 사법권 독립 침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법왜곡죄로 기소하기 전 법학 교수, 변호사,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법왜곡 심의위원회’의 권고를 거치도록 하여 수사기관의 자의적 기소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④ 보충성 및 징계 절차와의 연계이다. 형사 처벌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법왜곡 의심 사례가 발생할 경우 우선적으로 법관 징계위원회나 검사 징계위원회를 통해 엄중한 문책을 선행하고, 그 범죄적 성격이 명백할 때만 형사 기소를 검토하는 ‘단계적 접근’이 선행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법왜곡죄는 사법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전격 도입되었으나, 앞서본 바와 같이 헌법적 관점에서는 여러 가지 큰 위헌 소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법관의 법률해석과 재판 판단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구조는 헌법상 사법독립 원칙과 권력분립 원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법왜곡죄 도입 논란의 핵심은 ‘사법권력의 절제’이다. 판사와 검사와 경찰이 자신들이 가진 법을 도구로 삼아 법치주의를 왜곡하거나 소수 시민을 불합리하게 대우할 때, 국가가 이를 방치한다면 더 이상 실질적인 민주법치국가라 할 수 없다. 결국 법왜곡죄는 사법부나 수사기관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법을 다루는 자들이 법을 두려워하고 그에게 주어진 힘과 책임에 상응하여 최선을 다해 양심껏 임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독일의 엄격한 해석기준과 미연방대법원의 판시사항을 참고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보다 정교한 법안을 설계하고, 이를 공정하게 집행할 수 있는 독립적 수사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최후의 보충적 수단으로서 작동된다면, 법왜곡죄는 한국의 사법정의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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