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으로 발행되는 인권과 정의는 협회의 공고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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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공보팀 | 조회수 | 702 | 작성일 | 2026-03-04 오전 8:4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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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지적재산권과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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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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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과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 박 성 호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변호사, 법학박사 2024년 12월 3일 행정부 수반이 헌법을 위반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내란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마치 이를 그대로 모방이라도 하듯이 2025년 10월 이후 입법부는 위헌적인 조문을 포함한 법안들을 발의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중소기업 인공지능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제2213710호 2025. 10. 27.) 제22조(데이터 관련 특례)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인공지능 전환 촉진법안’(제2214308호 2025. 11. 17.) 제18조(데이터 관련 특례 등) 등의 규정들이다. 이들 법안의 특징은 소위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ext and Data Mining, TDM) 규정을 신설하여 저작권을 제한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이다. ‘인권으로서의 지적재산권’ 중 그 핵심에 해당하는 저작권에 대하여 저작권법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개별 법안 차원에서 특정 직역·직종만을 위한 TDM 규정을 신설하여 저작권을 제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 아래에서는 있을 수 없는 법안들이다. 물론 저작권을 위시한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헌법 제22조 제2항은 지적재산권의 헌법적 보장을 명시하고 있고, 또한 저작권은 사유재산권이기도 하므로 헌법 제23조의 일반적인 재산권 보장 규정에 의해 저작권도 보장된다. 또한 일반 재산권과 마찬가지로 저작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할 사회적 구속성을 가지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므로 저작권 행사의 사회적 구속성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유재산권의 내용을 전제로 하여 그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연히 저작권법상 이미 규정되어 있는 기존의 저작권 제한 규정들과의 조화 속에서 저작권의 내재적 한계가 모색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 법안들은 이러한 전제들을 모두 무시한 채 저작권법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개별 법안 속에 TDM 규정을 앞뒤 맥락도 없이 끼워 넣고 있을 뿐이다. 입법부 구성원들이 저작권법 자체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지, 또 얼마나 저작권이란 권리 자체를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저작권을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의 한낱 걸림돌처럼 취급하는 그들의 행태에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이 글을 읽는 법률가들 중에는 ‘인권으로서의 지적재산권’이라는 표현을 접하고 지적재산권이 인권이라니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인가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서로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서도, 일부 지적재산권법 연구자들조차 ‘인권으로서의 지적재산권’이라는 언명을 느닷없고 엉뚱한 이야기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지적재산권과 인권의 관계를 부자연스럽다고 여기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관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첫째, 지적재산권은 인권과 충돌하는 것으로 지적재산에 관한 권리는 인권과는 법적 성격 자체가 다르고, 인권과는 언제나 대립하는 영역에 위치하는 권리라고 파악하는 관점이다. 둘째, 지적재산권은 공공재인 정보를 사적 독점의 영역으로 전환하여 특정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특권’을 부여하는 것인데, 어떻게 ‘특권’이 인권에 해당할 수 있겠는가 하는 관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이다. 지적재산권의 기원이 유럽 르네상스 시기에 일종의 ‘특권’에서 비롯된 것은 분명하지만, 자연권 사상을 만나면서 자연권적 ‘권리’로 한 단계 발돋움 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지적재산권이 일종의 인권이라는 것과 인권으로서의 지적재산권이 다른 일반 인권과 충돌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헌법상 기본적 인권 상호 간에 발생하는 갈등이나 충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한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제17조는 재산권 일반에 관하여, 제27조 제2항은 지적재산권에 관하여, 양자의 권리 모두를 인권의 한 유형으로 선언한 바 있다. 또한 1966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흔히 ‘사회권 규약’으로 통칭되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5조 제1항(c)는 세계인권선언 제27조 제2항을 구체화하여 ‘인권으로서의 지적재산권’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강조되는 것이 ‘인권으로서의 저작권’이다. 앞에서 거론한 법안들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전환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입법목적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인권으로서의 저작권’과 충돌하는 양상이 발생한다면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에 유의하여야 할 것은 입법 과정에서의 민주적 정당성의 확보이다. 다시 말해 ‘저작권이라는 인권’과 다른 일반 인권 간의 충돌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면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입법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실천되어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의 민주주의라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말한다. 그리고 입법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이란 국회에서의 심의 과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법안을 논의하고 작성하는 법안 발의 전 단계에서부터 요구되는 절차이다. 대충 만들어 던져놓고 보자는 식의 법안 발의는 배격되어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이런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극히 일부지만 법학자들 중에도 이러한 입법 발의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이에 관해서는 “법학자가 부추기는 ‘상징입법’ 혹은 ‘입법농단’”, 대학지성, 2021년 3월 7일자 참조}. 이솝 우화에 나오는 허세 많은 까마귀가 공작새 깃털을 주워서 자기 몸에 꽂듯이, 그럴듯해 보이는 외국 법조문을 주워서 여기저기 꽂아 놓는다고 제대로 작동되는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서 거론한 법안들의 특정 조문들은 절차적 정당성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포함될 수 없는 조문들이다. 이들 법안에 포함된 조문들은 인공지능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면 저작권 같은 권리쯤이야 무시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과거 우리나라 권위주의 정권들은 경제발전 운운하면서 표현의 자유나 노동권, 환경권 등의 인권을 무시하고 이를 보호하자는 시민들의 주장을 탄압해왔다. 오늘날 인공지능 산업 발전을 주장하는 행정부 공무원들이나 입법부 구성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저작권을 보호하자는 주장을 타도의 대상쯤으로 여긴다. 그러한 생각을 품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법안들에 ‘문제적 조문’들이 포함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40년 간 지적재산권법학을 공부해온 필자로서는 가칭 <저작권을 침해하는 위헌 입법 저지를 위한 범국민 비상대책회의>라도 출범시켜 헌법에 반하는 법률안들의 문제점을 알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는 중이다. ‘정치 내란’을 종식시켰더니, 비유하자면 이번에는 ‘법안 내란’이 발생한 꼴이기 때문이다. 부디 좋게 말할 때 위헌적인 법안들을 스스로 알아서 철회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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