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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보팀 조회수 331 작성일 2025-12-01 오후 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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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접근권과 정의접근권의 분화 현상과 재판절차와 조정절차의 준별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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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접근권과 정의접근권의 분화 현상과

재판절차와 조정절차의 준별 필요성

 

함 영 주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민사소송법)

The necessity of differentiating between access to court and access to justice and distinguishing between the roles litigation and mediation processes

Young-Joo Ham

School of Law, Chung-Ang University, Professor of Law, Ph. D.



초록 선진 각국에서는 사법접근권(재판을 받을 권리; Access to court)(A2C)과 정의실현권(정의접근권; Access to Justice)(A2J)을 지금까지 큰 의미의 차이를 두지 않고 일괄하여 사법접근권(재판청구권)으로 이해해 온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둘이 분리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 두 개념이 분리되는 것은 재판은 물론 조정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필자는 재판절차를 행하는 기관과 조정절차를 행하는 기관의 엄격한 분리, 조정절차에서 조정성공률 또는 합의성공률 중시 금지, 조정갈음결정이나 화해권고결정의 합의간주제도 폐지, 조정상 화해의 효력에서 재판상 화해 또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 배제, 당사자에게 조정 절차 선택에 대한 상세한 구술 설명(안내)을 할 절차주재자의의무 부과, 조정인 또는 조정기관의 인적·물적 독립성 확보, 순수 민간조정의 지원 및 발전 방안의 마련 등을 방안으로 제시하였다.

  현재 우리 법원은 조정을 법원의 사건부담을 완화하는 제도로 이해하고 조정을 사실상 일방적인 화해촉진절차 또는 약식민사소송절차로 운영하고 있다. 외부에서 초빙한 조정위원으로 부족한 판사인력을 저렴한 비용으로 보충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법원이 외부연계조정기관에 지급하는 조정수당은 턱없이 낮다.

  동시에 법원의 상임조정위원들은 상당수가 판사 경력이 있는 사람들로 충원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소수 변호사 경력자로 충원한다. 기본적으로 법원조정센터의 상임 또는 상근 조정위원들이 판결문을 작성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기본 인식으로 보인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기판력도 인정되고 집행력도 인정되므로 조정을 법원의 재판과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이 과정에서 조정은 또 하나의 재판절차로 회귀하게 된다.

  필자는 조정상 화해에 기판력은 절대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아무리 선해해도 mediation이나 조정(調停)은 재판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나 조정상화해에 대하여 기판력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을 필자가 한다고 하여, 필자가 조정절차에서 당사자가 합의를 하고도 끊임없이 다툴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단지 법원에서 판결로 종결하지 않은 경우에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주지 말자는 것이다. 당사자가 합의를 하고도 나중에 자신의 말을 뒤집고 소를 제기한다면, 법원은 그 소제기 자체를 기판력을 이유로 각하할 것이 아니라 강행법규 위배의 경우에는 그 합의를 무효화시키면 되고, 그 외의 경우는 합의를 뒤집은 측의 청구를 간단하게 검토한 후 일관되게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는 현행 민사소송법 제220조에서 화해를 변론조서·변론기일조서에 적은 경우 그 조서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는 규정과 민사소송법 제461조에서 준재심만으로 위 조서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는 규정을 우선 개정하여야 한다. 동시에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이어받아 민사조정법 제29조에서 조정을 재판상화해와 동일한 효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규정, 같은 법 제30조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라는 제도도 삭제하여야 한다. 이들 규정을 두는 한 재판상화해와 조정상화해는 구별되기 어렵고 재판절차와 조정절차 역시 구별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위 민사소송법과 민사조정법의 규정이 개정의 방법으로 삭제된다고 하여도 법원이 조정상화해의 결과를 존중하여 자신의 합의를 뒤집는 측을 쉽게 승소시키지 않는다면 당사자들이 그 사건을 다시 소제기하는 일은 거의 없어질 수밖에 없다. 선진 외국에서 우리나라나 일본과 같이 조정갈음결정제도를 두지 않고, 또 우리나라와 같이 재판상화해와 조정상화해에 기판력까지 인정하지 않는 외국의 선진 입법례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조정상화해에까지 기판력을 부여하는 부분은 조정제도의 성격에도 맞지 않고 실익도 별로 없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이는 분쟁해결시스템의 정합성만 떨어뜨리고 소송과 조정의 구분에 대한 혼선만 초래하고 있다.

  행정위원회의 조정은 행정부의 규제나 단속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보충하기 위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의료분쟁, 공정거래분쟁, 소비자분쟁, 개인정보분쟁 등에 관한 행정부의 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의 양 당사자를 공평하게 다루려는 의지가 크게 없다. 이 때문에 당사자의 일방인 의료소비자, 공정거래질서 위반(의심)자, 일반소비자, 개인정보피해자 등을 위한 제도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행정위원회가 운영하는 조정절차는 또 하나의 당사자인 의료인, 기업, 기관으로부터 외면이나 비판을 받고 있고 실제 조정절차에서는 소비자가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불이익을 입기도 한다.

  일방을 보호하기 위하여 타방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조정절차를 운영하는 경우, 그 절차는 절차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 중립성, 양 당사자 평등주의를 구현하기 어려워 사법접근권(재판을 받을 권리; Access to court)은 물론이고 정의실현권(정의접근권; Access to Justice)도 침해할 수 있다.

  물론 법원의 사건 적체 때문에 사법접근권(재판을 받을 권리; Access to court)을 보장받기가 요원한 사람들에게 조정위원이 당사자들에게 실질적인 정의를 신속하게 실현하는 조정절차를 진행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 경우라면 행정위원회 조정이 소송에서도 구현하지 못한 정의실현권(정의접근권; Access to Justice)을 달성하는 새로운 방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

  최선의 방안은 재판절차는 재판절차 본연의 심판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사법접근권(재판을 받을 권리)을 충실히 보장하고, 조정절차는 법원과 전혀 다른 역할을 수행하여 재판에서 얻기 어려운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편익을 도모하는 제도로 운영하여 사법접근권(재판을 받을 권리)을 넘어 정의실현권까지 보호하는 제도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원은 상반되는 성격의 심판과 조정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접고, 조정기관은 법원처럼 심판권을 행사하여 쉽게 사건을 종결하려는 욕심을 접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기본적인 역할 분담을 하지 않을 경우 심판기관과 조정기관은 당사자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최악의 조합이 될 수 있다. 바로 그 지점이 사법접근권과 정의접근권의 분화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이 둘이 완전히 분화되어 선진국에서 최근에 논의가 시작된 사법접근권이 곧 정의접근권이라는 생각을 넘어 서서 사법접근권을 포함하는 것이 정의접근권이며 법원이 여러 가지 제약요인으로 사법접근권만 보장하고 정의접근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 그 부분을 조정절차와 같은 대체적 분쟁해결절차가 보장할 수 있다면 정의에 대한 개념 역시 새로이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발전 단계별로 나열한다면 ① 사법접근권(재판청구권)도 보장되지 못하는 단계 - ② 사법접근권이 보장되고 사법접근권이 곧 정의접근권으로 이해되는 단계 - ③ 사법접근권과 정의접근권이 분화되고 법원은 사법접근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조정 등 대체적 분쟁해결방법으로는 법원이 때로 실현하지 못하는 정의로운 결과까지도 도출하는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 ①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③ 단계의 요구에 직면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필자의 평가이다. 따라서 우리는 ① 단계와 ② 단계를 먼저 확보하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와 동시에 mediation을 적극 활용하는 국가에서 이미 만들어 시행 중인 상세한 조정인 행위규범의 제정, 당사자 설문을 활용한 조정인 평가 제도의 구비 등을 병행하여 ③ 단계에 대한 준비도 동시에 해 나가야 한다. 그 근저에 그 무엇보다 우수한 조정인을 발굴하고 그들의 자질을 꾸준히 향상시켜 나가는 전문 조정인 양성 교육이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


* 이 논문은 2024년 일본 동지사(도시샤) 대학에서 개최한 일본 중재·ADR 학회에서 영어로 발표한 논문의 자료를 활용하였으나 법관과 조정인의 바람직한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새로이 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