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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보팀 조회수 490 작성일 2025-12-01 오후 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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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의 성공적 도입을 위한 몇 가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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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의 성공적 도입을 위한 몇 가지 제언

정 광 현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최근 국회에서는 재판소원 도입 논의가 뜨겁다. 벌써 재판소원 도입을 위한 여러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법원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본권침해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통한 권리구제의 길이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4심제 도입이고, 그래서 헌법 제101조 제2항에서 말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과 저촉된다거나, 명령·규칙·처분의 위헌·위법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 헌법 제107조 제2항에 위배된다는 게 중요논거이다. 1988년 헌법재판소법 제정 당시에도 이런 것들이 재판소원 도입을 막았다. 그런데 이러한 헌법적 장애물은 개헌을 통해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재판소원 도입은 우리 사법제도의 근간에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할 그야말로 중차대한 사항인 만큼, 이참에 위헌성 시비의 소지를 근절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 재판소원의 실제적 유용성과 관련해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헌법재판소의 업무부담이 극도로 가중되리라는 점이다. 1만 건! 재판소원 도입을 전제로 헌법재판소가 자체적으로 추산해 본 연간 재판소원 사건수라고 한다. 어느 헌법재판소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은 숫자인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 제기되는 재판소원도 그 비슷한 수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개연성이 있다. 이 숫자의 무게를 대다수의 국민들은 상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공휴일을 제외하고 연중 근무일이 300일 가까이 된다고 할 때, 매일 약 33건 이상씩 처리해야 겨우 감당할 수 있는 수치이다. 1일 8시간 근무한다고 했을 때, 15분 이내에 1건씩 처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과부하는 헌법재판소 재판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미국식 사건선별절차를 도입하자고 한다.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 연방대법원은 어느 상고사건에 대해 본안심판에 들어갈지를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그 결과 예컨대 1995년 총 7,656건의 신건 중 본안심판에 들어간 것은 고작 105건(약 1.3%)이었고, 나머지는 사건선별과정에서 자세한 심리 없이 그냥 불수리되었다. 이런 식이면, 본안심판을 받아 볼 기회를 가지는 것은 사실상 로또 당첨과 같은 행운일 뿐, 더 이상 당연한 권리가 아니게 된다. 그래도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우는, 적어도 재판을 받을 권리가 이미 하급심 법원에 의해 한 차례 이상 보장된 상태에서 상고심만 불허하는 것이기에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통상적인 심급절차 내 상소법원이 아니며, 헌법소원심판이라는 별도의 절차를 제1심이자 최종심으로서 재판한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재량으로 헌법소원을 불수리한다면, 이는 단 한 차례의 본안심판 기회도 주지 않은 채 해당 사건을 그냥 묻어 버림을 뜻한다.

  이러한 문제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처럼) 사건 선별에 관한 자유재량 없이 법률에서 정한 사건의 중요성에 관한 척도를 가지고 사건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해서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당해 헌법소원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면, 그 헌법소원이 아무리 적법요건을 갖추고 심지어 청구가 이유 있기까지 하더라도, 본안심판에 들어감이 없이 종결 처리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한테는 법치국가에서는 참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일종의 ‘재판거부’로 비칠 것임에 틀림없다.

  사견으로는, 미국이나 독일처럼 ‘사건의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따로 두는 것보다는, 지정재판부에서 비교적 간이하게 바로 헌법소원의 적법 여부와 이유 유무에 대한 종국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식의 사전심사절차가 더 낫다고 본다. 다만,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명백히 부적법한 헌법소원의 각하결정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사건 폭주에 대비하려면 이유 없음이 확실한 헌법소원에 대한 기각결정도 할 수 있게끔 관련 법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정재판부의 구성원을 3인에서 5인으로 늘리고, 이들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각하나 기각결정을 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되면,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전원재판부에서 결정하는 경우와 비교해 결론이 달라질 염려가 없어서, 지정재판부의 결정을 전원재판부의 결정과 전적으로 동일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헌법재판관 증원도 고려할 만하다. 즉, 전원재판부에 상시적으로 소속된 정규재판관 9명 외에, 정규재판관 중 퇴임, 질병, 제척·회피·기피 등의 사유가 생긴 자를 대신해 전원재판부 심판에 관여할 예비재판관 6명을 두면 어떨까 한다. 이 경우 각 지정재판부는 정규재판관 3명과 예비재판관 2명 총 5명으로 구성하는 게 좋겠다. 다만, 이것 역시 헌법재판소 조직의 변경을 전제로 하는 점에서 개헌을 요한다.


  3. 다른 한편, 재판소원 절차에서 통제할 주요 타겟을 명확히 설정해 둘 필요가 있다. 법원의 확정판결에 절차법적 위법이 있다고 해서 항상 헌법소원을 인용해야 한다고 한다면, 재판소원 절차는 광범위하게 민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법상의 재심절차를 대체하게 될 터이다. 하지만 헌법소원심판을 일반적 재심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고유한 임무와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하물며, 초상고심 내지 초항소심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법원의 재판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 인정이나 평가 또는 개별·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조항의 단순한 포섭·적용에 관한 문제를 다투거나 의미있는 헌법적 쟁점을 주장하지 않으면서 법원의 법률해석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데 불과할 경우, 해당 재판소원은 원칙적으로 사전심사절차에서 대폭 기각하여야 한다. 재판의 근거가 된 규범 자체가 위헌적이거나 그 규범의 해석이 합헌적 해석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에만 사건을 전원재판부로 회부해 심판청구를 인용함이 상당하다.


  4. 재판소원의 도입은 법원을 단순히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법원으로 하여금 사법권 행사의 일선에서 기본권 구제의 기능을 완수해 내도록 촉진하는 의미가 있다. 한 마디로, 법원이 기본권 구제의 주요 Player가 되고, 헌법재판소는 단지 feedback 기능만 담당함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법원, 특히 대법원의 업무부담이 과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단적으로, 2022년 한 해 동안 1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에 접수된 신건 수는 무려 52,480건에 달한다. 재판소원 가능성을 개방하는 것만으로는 이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없다.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것도 재판소원의 성공적 도입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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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34 호 | 발행일 2025년 12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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