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닫기

대한변호사협회는 언제나 국민곁에 있습니다.

인권과 정의

월간으로 발행되는 인권과 정의는 협회의 공고 및
소식을 전하고, 법률관련 논문을 제공합니다.

선택글 상세보기
작성자 공보팀 조회수 7119 작성일 2024-11-04 오후 5:02:00
제목

디지털 데이터의 존재론

첨부파일
디지털 데이터의 존재론

정 영 진

인하대학교 AIㆍ데이터법정책학과 주임교수


2019COVID-19 발발 이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면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되었다. 202211월에 등장한 챗GPT(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의 사용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에는 2006년 딥러닝 알고리즘(Deep Learning Algorithm)과 엔비디아(NVIDIA)의 범용 계산통합장치 아키텍처(CUDA, 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배경에는 빅데이터(Big Data)축적이 필수적이었다. 페이스북(Facebook)의 출범(2004), 유튜브(YouTube)의 등장(2005), 애플의 아이폰 출시(2007)로 디지털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빅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데이터의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려는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로 데이터 오너십(ownership) 논쟁이 있다. 코즈(Coase) 정리에 따르면, (i) 거래비용이 없다면 정부가 재산권만 명확히 설정해도 시장에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만, (ii) 거래비용이 존재할 경우 정부의 재산권 설정 방식이 자원의 배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르면 데이터 오너십을 명확히 하려는 주장은 타당한 근거를 갖는다.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재산권 설정 방식을 검토하기 전에, 디지털 데이터의 존재 형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데이터는 이진법의 전자신호인 비트(bit) 단위로 표현된다. 디지털 데이터는 물리적 매체 없이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매체에 저장되거나 전송될 때만 실재한다. 이를 데이터의 매체 의존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디지털 데이터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매체에 전기적, 자기적 또는 광학적 형태의 물리적 상태로 존재한다. 한편 디지털 데이터는 비가시적인 특성을 지닌 무형 자산이다. 여기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대상인 개인정보를 제외한 디지털 데이터를 전제로 하겠다.

현재 데이터 오너십에 대한 논의는 (i) 해석론으로 오너십을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입법론으로 주장하는 것인지, (ii) 모든 유형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 유형의 데이터만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면이 있다.

우선, 현행법상 디지털 데이터는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민법에 따르면 소유권의 객체는 물건이어야 하는데(98), 디지털 데이터는 무형 자산으로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데이터 보유자라는 용어를, 데이터산업법(2022년 제정)에서는 데이터 생산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데이터가 소유권의 객체로 간주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다만, 입법론적으로 데이터를 소유권의 객체로 인정할 수는 있다.

또한, 디지털 데이터는 결합과 가공이 용이하여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 생성 데이터(User-Generated Data)와 장치 생성 데이터(Device-Generated Data), 원시 데이터(raw data)와 이를 가공한 가공 데이터(processed data), 구조화 데이터(Structured Data)와 비구조화 데이터(Unstructured Data) 등이 있다. 사용자 생성 데이터에는 사람들의 의견, 사상, 감정 등 주관적 요소가 포함된 주관적 데이터도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유형의 디지털 데이터에 대해 일률적으로 재산권을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디지털 데이터는 무형 자산으로서 이에 대한 가장 강력한 법적 보호수단은 지식재산권이다. 따라서 디지털 데이터의 경우 우선 지식재산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지식재산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 디지털 데이터는 기존에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던 것이 디지털화된 경우와 처음부터 디지털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지식재산권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 디지털 데이터의 경우 부정경쟁방지법과 데이터산업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특히 산업 데이터의 경우 산업디지털전환법(2022년 제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디지털 데이터는 지식재산권이나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근거로 보호받을 수 있다. 이때 디지털 데이터의 보호 범위와 위법성 기준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는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디지털 데이터의 특성을 분석해 보겠다.

법경제학에서는 배제성(Excludability)과 경합성(Rivalry)을 기준으로 재화를 사적재화(private goods), 공유재(common resources), 요금재(toll goods), 공공재(public goods)로 분류한다. 디지털 데이터는 비경합성을 가지는데, 이는 데이터가 복제되거나 전송되더라도 원본이 소모되지 않으며,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이용해도 서로의 사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디지털 데이터는 사적재화나 공유재로 분류되지 않으며, 사용자가 요금을 부담하는지 여부에 따라 요금재 또는 공공재로 분류된다.

데이터에 대한 재산권 설정을 주장하는 견해는 디지털 데이터를 요금재로 취급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생성한 것이므로, 데이터에 대한 법적 보호가 강화되면 데이터를 사용하는 데 추가적인 요금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디지털 데이터를 공공재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디지털 데이터를 공공재로 취급하고 공유를 확대하면, 연구와 기술 발전이 촉진되어, 그 결과 사회 전체의 이익이 증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유형의 데이터를 일률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입법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전,다음글

이전글

제 525 호 | 발행일 2024년 11월 01일
직장 내 괴롭힘의 민사상 책임

다음글